한옥마을이라는 명칭이 주는 막연한 낭만에 기대어 구역 전체를 동일선상에서 평가하는 속류 안내서가 너무 많다. 방 구석에서 지도 데이터와 보존 지구 지정 도면을 겹쳐 보면 그 환상은 얼마 안 가 깨진다. 구역 내 한옥의 분포가 균일하지 않다는 사실은 현장 답사보다 도면 위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보존 지구 안에서도 한옥이 집중적으로 밀집한 축과 그렇지 않은 변두리 축이 완전히 갈린다. 주출입로에 면한 블록은 한옥의 입면 비율이 높아 전통 경관을 유지하지만, 뒤쪽 골목으로 밀려난 심부 블록은 이붑집이나 현대식 상가가 섞여 있다. 한옥 점유율이 급감하는 구역은 동선이 꺾이는 지점부터 발생한다. 이 경계를 인지하지 못하고 무작정 골목으로 접어들면 만날 것은 기대했던 한옥의 풍경이 아니라 텅 빈 담벼락과 무기질적인 콘크리트 건물이다.
되도록 관광 동선의 시작점에서 골목 깊숙이 진입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 편이 좋다. 한옥 밀집도가 얇아지는 사선 구역을 먼저 선회하면 시간만 소모된다. 단순히 인파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표면적으로 안내하는 루트가 있는데, 그 방향엔 한옥이 아니라 주차장 담장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정석적으로 한옥 입면이 연속되는 중심 축을 따라 걸어야 시각적 밀도가 떨어지는 구간의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전주 한옥마을은 전체를 한 덩어리로 평가할 수 있는 단일 관광지가 아니다. 구역마다 보존 상태가 달라 한옥이 온전히 즐비한 축과 그렇지 않은 축이 명확히 나뉜다. 건축물의 면밀 등급을 기준으로 동선을 설계하 노출되는 경관의 질적 편차를 확실히 제어할 수 있다. 답사의 성패는 구석구석을 다 밟아보겠다는 얄팍한 욕심을 버리고 밀도의 분포 양상을 따라 걷는 데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