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을 걷다 보면 눈에 밟히는 수많은 기와지붕들이 모두 문화재급 가치를 지녔다고 믿는 착각부터 깨부수어야 마땅하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조선 시대의 유산이나 일제강점기 저항의 상징으로 지어진 진짜 도시형 한옥은 그리 많지 않다. 길거리를 가득 채운 화려한 상업 시설들의 정체는 뼈대만 인공 콘크리트로 대충 올린 뒤 지붕에 기와 무늬 판판한 재료를 얹거나, 공장에서 찍어낸 목재를 끼워 맞춘 무늬만 한옥인 유사 건축물에 불과하다. 심지어 기둥 밑을 받치는 주춧돌조차 인공적으로 깎아 만든 매끈한 돌을 놓아 전통의 멋을 흉내 내기에 바쁜 것이 현실이다.
제대로 된 전통 목조건축은 자연석을 그대로 살린 주춧돌 위에 나무 기둥을 그 모양대로 깎아 세우는 그랭이 공법을 사용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뒤틀림 없이 버티는 진짜 한옥이 완성되지만, 상업성에 매몰된 신축 한옥들은 평평한 기초 위에 기성품 돌을 얹고 화학 접착제로 기둥을 고정하는 편법을 택한다. 벽체 역시 흙과 수수깡을 엮어 만든 황토 벽이 아니라, 인공 보드판에 황토색 도료를 칠한 수준이 허다하다. 외관이 너무 깨끗하고 반듯해 보인다면 그것은 보존이 잘된 것이 아니라 어설프게 흉내 낸 상업용 모조품일 확률이 극도로 높다.
기와의 곡선에서도 얕은 수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통 기와지붕은 참나무로 만든 서까래 위에 개판을 얹고 알흙을 두껍게 깔아 자연스러운 유기적 곡선을 만들어내며 이 흙이 단열과 습도 조절을 담당하는 법이다. 반면 급조된 상업 한옥들은 얇은 합판 위에 가벼운 개량 기와나 시멘트 기와를 박아 고정하기 때문에 지붕의 선이 지나치게 일자로 경직되어 있어 삭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멀리서 볼 때 지붕의 선이 자를 댄 듯 반듯하게 뻗어 있다면 그것은 전통 기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현대식 가설 건축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투어를 진행할 때 이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왜곡된 전통을 진짜로 받아들이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진짜 근대 한옥의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상가 밀집 지역의 넓고 반듯한 대로변을 비교해 보면 설계의 목적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화려하고 사진 찍기 좋은 상업 골목만 찾아다니는 시선으로는 전주 한옥마을의 진짜 가치를 단 일 분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다. 가짜가 판치는 거리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은 진짜 나무 기둥을 찾아내어 손으로 직접 질감을 느껴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